배에서 본 풍경 (인천항을 떠나려고 한다)
2006년 11월 16일 목요일 중국 청도로 출발
전날 밤을 샜다. 새벽 2~3까지는 때려잡아도 잠을 못 이루는 야행성인데다가 야행성의 특징상 아침에는 무지 약하다. 그런데 부모님에게는 인사를 드리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사용한 극약처방(?)이었다. 잠을 안 자기 위해 머그컵에 커피믹스 3개를 털어넣어서 아이스 커피를 만들어 마시면서 쓰린 곳을 달랬다. 언제나 느끼지만 밤샘과 커피는 쓰린 속에 쥐약이다.
그런데 생각해봤더니 막상 도착할 청도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안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한국인 민박정보를 적당히 찾은 후, 적절한 타이밍에 인천 제2여객항으로 향했다.
배 안에서는 6천원짜리 저녁을 먹은 후 잔돈을 뒤져보니 달랑 7천원이 남아있다. 한국에 돌아갈 때 리무진 버스 타고 집에 못간다는 위기감(?)이 내 가슴을 조여왔다. 밤 12시를 넘어서 배 밖으로 나가서 '별이 빛나는 밤'을 기대했다. '망망대해의 배 한척'의 이미지를 상상했었더랬다. 그러나 이는 나의 착각일 뿐 수평선 여기저기에서 별 대신 다른 배들의 등불이 열라 밝게 비치고 있었다. 'Starry Night'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서 선실에 들어가 디비져잤다.
요약 : 날밤 새고 인천 국제여객항으로 출발. 드디어 중국으로 여행을 떠남.
2006년 11월 17일 금요일 중국 청도에 도착
새벽 3시경에 일어났다. 몇 시간 정도 잠을 잤더니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라는 책에서 보면 그 남작 아저씨는 3개월 잠을 자고 3개월을 깨어 있는 묘기를 보여주던데 나 같은 범인(凡人)은 그런 묘기가 안되나보다. 그냥 밤이 새고 배가 중국 칭다오 항에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배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니 나를 반겨주는 호객꾼이 있었다. 한 20~30m 정도 쫒아온 것 같은데 나중에 인도와 비교해보면 이 아저씨는 아주 귀여운 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청도에는 별다른 용무가 없었다. 그냥 시안까지 가기 위한 코스에 지나지 않았다. 시안 가는 기차표를 사고 잘 곳만 정하면 이 날의 할 일은 전부 끝난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만만치 않았다. 표는 쉽게 구했지만 잘 곳이 만만치 않았다. 어제 준비해갔던 한국인 민박에 전화를 걸어보니 전부 만원이란다. 2002년도에 스쿠터를 타고 일본을 여행했는데, 그 때는 한달 간 여행하면서 딱 3일만 돈을 내고 지붕있는 데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여기는 일본이 아니다. '노숙하고 잠에서 깨어보니 염라대왕과 면담을 하고 있더라'는 시츄에이션도 가능한 곳이다. 나중에는 급해져서 "저, 거실에서 자도 되는데요, 그냥 하루만 자면 안될까요? 디스카운트 안 할게요" 라고 말 할 뻔 했다. 하지만 숨을 고르고 주변을 돌아보니 주변에는 전부 '빈관'이라고 하는 여관 투성이었다. 그래서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서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중국TV에서는 어떤 걸 하나 이리저리 리모컨을 돌리면서 시간을 때웠다.
요약 : 방을 못 구해서 첫날부터 삽질함. 앞으로의 여행도 험난할 걸로 예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