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음력과 양력
마린 (MARLIN)
2009. 3. 30. 15:51
어제는 할머니 제사였다. 삼월삼짇날... (음 3.3)
8시가 조금 넘어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건물 위로 아주 가는 달이 조용히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초사흘 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옛날 사람들이 24절기의 양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굳이 음력을 썼는지를 조금은 느끼게 되었다.
요즘처럼 7일 단위로 칼같이 생활하는 때에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며칠인지 생각이 안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물며 달력도 시계도 없는 옛날에야 오죽했으랴.
그때에 하늘에서 빛나는 달은 시계로 삼기에 너무나 적당했음이 분명하다. 달의 차고 이지러짐을 한 달로 삼고
4년에 한번씩 윤달을 끼워넣으면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진대, 일년이 가고 백년이 가도 겉보기에 변화가 없는 태양을 시간의 기준으로 삼으려 한 어리석은 민초는 없었을 것이다.
시계와 달력에 익숙해진 요즘에야 양력이 당연한 듯 생각되지만, 과거 우리 민초들의 실정에는 음력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예전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커다란 달력을 걸어놓고도 오늘이 음력으로 며칠이냐고 나한테 물어보시던 할머니의 추억이 떠오른다.)